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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법 이원화체계에서 환경정책기본법상 무과실책임원칙의 적용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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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 2020

공·사법 이원화체계에서 환경정책기본법상 무과실책임원칙의 적용문제

우리 법이 공·사법 이원화구조를 취한 결과 동일한 규율사항에 대해 공법과 사법규정이 상이한 경우

애로점이 발생한다.

가령, 건축법상 적법한 건축물에 의해 일조 등이 방해된 경우 사법상 손해배상요건을 충족하는지가

한 예이다.

공법상 적법행위가 사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모순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일조방해에 관한 직접적인 단속법규가 있다면 그 법규에 적합한지 여부가 사법상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지만, 이러한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원래 사법상 보호되는 일조권을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증하려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봄이 상당하고, 구체적 경우에 있어서는 어떠한 신축건물이 건축 당시의 공법적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조방해의 정도가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달리 공·사법이원화질서를 엄격하게 따르고 있는 판례도 보인다.

가령 대기오염배출규제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법적 제재대상일뿐

사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나, 폐기물관리법상 권리·의무 승계규정은

공법상 의무의 승계를 말할 뿐 사법상 승계는 아니라는 판결이 그것이다

이러한 공·사법이원화 법리체제하에서 각 법영역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법리를무시할뿐만 아니라

입법체계상으로도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입법으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을 들 수 있다.

즉,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90년 법 제정당시의 제정이유에 의하면

“환경관계분쟁의 신속한 조정과 피해의 적정한 구제를 위하여 정부가 필요한 제도를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함”이라고 하고 있듯이

사인간의 환경피해구제를 염두에 두고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환경정책기본법은 입법목적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환경정책의 기본 사항을 정하여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하기 위한 법이다.

즉,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환경권의 구현과 환경보호에 관한 국가와 국민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나 계획수립 등 환경보호정책시행에 관한 지침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44조 제1항이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큰 틀에서 사인 간의 환경분쟁에 대한

해결을 위한 대강의 기준이나 원칙에 관한 것으로 본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나,

이것을 구체적인 사법적 분쟁에 있어서 과실여부를 확정하는 구체적 법원으로 본다면

법체계상의 문제와 더불어 이 규정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책임인정의 범위나 내용 및 정도에 있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불의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피해의 내용이나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은 관계로 이법의 적용을 받는 침해원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피해의 대상이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즉 사업장에 발생한 소음·진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사건에서

“한편,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및 제3조 제1호, 제3호, 제4호에 의하면,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위 환경오염에는 소음·진동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55434 판결)”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입법의 불명확성과 체계부정합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 규정의 구체적 법원성을 인정하면서

사인간 환경손해배상소송 등에서 재판의 준거로 삼고 있다.

즉, 대법원은 고속도로의 확장으로 인하여 소음·진동이 증가하여 인근 양돈업자가 양돈업을 폐업하게 된

사안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 및 제3조 제1호, 제3호,

제4호에 의하면, 사업장 등에서 발생되는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하고,

위 환경오염에는 소음·진동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도 포함되므로,

피해자들의 손해에 대하여 사업자는 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이 규정의 구체적 효력과 관련하여 특이한 관점에서 이 규정의 의미를

되새길만한 판결도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즉, 건축공사로 인한 인근 건물에 균열이 생겨 이에 대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거나, 원심공동피고 주식회사를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함에 따른 사용자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다투어졌을 뿐,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 제1항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 외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환경정책기본법상 무과실책임원칙이 변론주의의 틀을 넘지 못한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라서 사법상 분쟁해결에 있어서 과실인정의 1차적 기준이라기보다는 당사자가 주장할 때만

원용되는 보충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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